해피빌에 도착하자마자 조르바 탐정과 제제는 여우백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의 저택은 해피빌 외곽에 위치해 있어 택시를 타고 가야만 했다. 그렇게 바다가 아닌 산속으로 한참을 들어가자 나무사이로 가려져 있던 2층 벽돌건물 한채가 보였다.
철제로 된 정문을 지나 저택 입구에서 내리자 50대 가량의 남자가 두사람에게 웃으면서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조르바 탐정님! 이분은 조수이신가요? 환영합니다. 저는 집사 펑스라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펑스 집사님. 그런데 여우백작님은 어디 가셨나요?”
“일이 있으시다고 부인과 함께 방금 전 급히 외출하셨습니다. 저에게 조르바 탐정님을 친절하게 모시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지요.”
제제는 조금 의아했다. 아들처럼 아낀다는 온도리가 사라진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일까.
“그렇군요. 시간이 많지 않으니 곧바로 사건현장을 둘러보고 싶습니다.”
펑스집사의 안내에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간 제제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걸린 커다란 초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림에는 최고급 양복을 입은 여우백작과 화려한 귀금속으로 치장한 여우백작 부인이 웃으면서 서있었다. 하지만 호화로운 그림과 달리 저택 내부는 가구나 장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소박했다.
“조용하네요.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디 갔나요?”
집사를 따라 2층으로 오르던 조르바 탐정이 물었다.
“아, 저택에는 저와 요리사, 청소를 담당하는 가정부 3명밖에 없답니다. 여우백작 부인이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것이 싫다고 하셔서 몇 달전에 모두 해고했답니다.”
“집사님은 이 저택에서 일한지 오래되셨나 보군요.”
“아, 아닙니다. 제가 이곳에서 일한 지는 3개월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2층에 도착한 펑스 집사는 오른쪽 통로 끝에 있는 방으로 갔다.
“이곳이 온도리의 방입니다. 오늘 아침, 협박장을 발견한 후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저는 1층에 내려가 있겠습니다. 사람이 적다보니 해야할 일이 많아서요.”
조르바 탐정이 알았다고 하자 집사는 곧바로 1층으로 내려갔다.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에요. 자식처럼 키우던 온도리가 사라졌는데 여우백작부부나 집사는 크게 걱정하는 것 같지 않아요.”
“그렇군요. 어쨌든 우리는 역할을 충실하면 됩니다. 자, 온도리를 빨리 찾아야 하니 들어가 볼까요? 제제!”
“넵!”